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호스슈벤드(Horseshoe Bend) 라는 곳이다. 콜로라도강이 굽이쳐 흐르면서, 마치 말발굽 같은 모습의 계곡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수백만 년 물결의 흐름 속에 이런 장관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콜로라도강물이 탄생시킨 거대한 협곡은 깊이만 300미터가 넘을 정도로 광활하다.

Horseshoe Bend를 향하여
호스슈벤드는 페이지(Page) 라고 불리는 도시 근처에 있다. Page는 미국 애리조나주 북부, 콜로라도강, 글렌 캐니언 댐, 그리고 파월호(Lake Powell) 인근에 위치한 소도시다. 도시 규모는 작지만, 관광객을 위한 숙박, 식당, 상점 등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한다.

버밀리언 클리프 로드 (Vermilion Cliff Road)
자이언(Zion)에서 트레킹을 마치고 캐납(Kanab)을 향해 다시 달린다. Kanab은 ‘리틀 할리우드’라 불리는 조그만 도시로, 이곳에서 영화 촬영이 많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미국의 전형적인 소도시 타운이었다. Kanab에서 89번 도로를 타지 않고 프레도니아(Fredonia)를 향해 다시 달려간다. Fredonia는 수십 가구 정도가 사는 작은 타운으로, 이곳 사람들은 무엇으로 먹고살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Fredonia는 전형적인 미국의 시골 마을로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포근한 곳이었다. 이곳에서 89A 도로를 타고 다시 Page를 향해 달린다.

한참 가다 보면 눈앞의 모든 장애물이 순간적으로 싹 사라지면서 끝없이 펼쳐진 버밀리언 클리프 로드(Vermilion Cliff Road)가 보인다. 미국 서부의 광활함을 느끼게 해주는 곳으로, 그 거대한 규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넓고 넓은 대지 위에 끝없이 펼쳐진 도로를 바라보니 가슴이 시원하게 트이는 곳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절벽의 크기가 과연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바라보며, 미국이라는 땅은 정말 복받은 곳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곳은 미국 정부가 만들어 놓은 원주민 보호구역이다. 그들은 자치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 그것을 ‘나바호 네이션(Navajo Nation)’으로 부르며 자신들만의 깃발도 게양하고 있었다. 그들의 자치구 크기만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70%에 이를 정도로 넓다.

강을 가로지르는 유명한 나바호 다리(Navajo Bridge)를 보기 위한 드라이브였다. 또한 이 길은 교통이 불편한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의 비경, 노스 림(North Rim)으로도 갈 수 있다. 주변의 제이콥 호수(Jacob Lake)도 볼 수 있다.
나바호 다리(Navajo Bridge) 관광

89A 도로를 따라 그랜드 캐니언 노스 림 입구를 거쳐 달리기 시작했다. 가는 중간에 예전에 원주민들이 살던 집 등이 있는 곳에 잠시 멈춰 구경을 했다. 커다란 바위를 깎아 안에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이런 곳에서 과연 어떻게 생활했을까 상상하니 저절로 숙연해짐을 느꼈다. 약 1시간여를 더 달려 나바호 다리에 도착했다.
배경으로 우뚝 솟은 버밀리언 클리프(Vermilion Cliff) 암벽 아래로 콜로라도강을 횡단하는 나바호 다리가 보였다. 다리는 두 개였다. 사막이 분명한 붉은 고원을 파고 흐르는 진녹색의 콜로라도강이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풀 한 포기 찾을 수 없는 사막 고원을 굽이굽이 이어가는 것이 놀라웠다. 우리가 걸어서 건넌 보행자용 다리는 1929년에 완공된 것이다. 그 옆에는 1995년에 만든 같은 모양의 쌍둥이 다리가 있었다.

차량 통행이 빈번해지자 더 튼튼하게 만든 자동차 전용 다리였다. 다리 입구에는 우리나라 등산로에서처럼 나바호족이 좌판을 벌이고 있었다. 깎아지른 절벽을 잇는 다리 가운데서 내려다보는 강이 새삼스러웠다. 과연 물은 생명이다.

강가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풀과 나무도 보였다. 표석에는 4개 주 경계를 아우르는 그랜드 서클 대부분이 나바호 보호구역이라는 안내도 있었다. 이곳은 콜로라도강 위에 지어진 다리이며, 예전에 지어진 다리 바로 옆에 새로운 다리가 건설되어 있었다.
다리 아래로 보이는 콜로라도강에는 많은 사람이 보트를 타고 노를 저으며 가고 있었다. 다리 아래로 까마득히 보이는 콜로라도강의 모습이 멋있기만 했다.

Horseshoe Bend
나바호 다리에서 다시 Page를 향해 달렸다. 달려도 사방은 온통 넓은 초원뿐이다. 약 30분 정도를 달리다가 Page를 앞두고 왼쪽을 보니 차들이 많은 커다란 주차장이 보였다.
사람들이 많이 걷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이곳이 호스슈벤드 주차장이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주차된 차들이 너무 많았다. 주차장이 새로 넓어졌음에도 차가 너무 많아 빈자리를 찾기 쉽지 않았다. horseshoebend 공식 홈페이지 바로 가기

햇볕이 너무 강렬해서 밖에 나가기 무서운 데다 시차 때문에 피곤하기도 했지만, 호스슈벤드를 향해 걸어갔다. 콜로라도강이 깎아 만든 물굽이가 마치 말굽의 편자를 닮았다고 해서 호스슈벤드라 부른다.
영겁의 세월이 만든 걸작
가는 길은 정비가 잘 되어 있어 걷기에 큰 불편은 없었다. 약 20여 분을 걸어 호스슈벤드에 도착하니 정말 감탄사만 나왔다. 사진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에 다시 한번 놀라며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특별한 안전장치나 관리 인원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혹시라도 어린이와 함께 방문한다면 몇 배는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높은 절벽 위에 서면 단단한 암석을 우아하게 깎아낸 강물의 힘에 놀라게 된다.

게다가 협곡 너머로 보이는 드넓게 펼쳐진 애리조나 북부의 땅은 광활했다. 2억 년 전에 탄생한 오래된 땅은 그렇게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절벽 위에 서서 가만히 바라보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아찔한 절벽에 다리를 대롱대롱 매달고 앉아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는 것만으로도 손에 잡힐 듯한 행복감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