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Circle: 대자연의 경이 (ft. 미국 서부 총3,000km 렌터카 여행)

오늘은 그랜드 서클 약 3,000km를 렌터카로 달린 여행에 대해 종합적으로 느낀점을 남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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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Circle 여행 전체 후기

미국의 Nevada, Arizona, Utah를 거쳐 다시 Nevada까지 거칠고 메마른 황야의 그랜드 서클 5일 동안 하염없이 달렸다. 몇 시간을 달려도 달라지지 않는 똑같은 창밖 풍경에 지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대지를 헤매는 과정의 끝에는 늘 예상치 못한 풍광이 나타나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모험을 찾아 떠나는 Road Trip이 주는 기쁨, 수억 년의 세월을 견뎌온 기묘한 광야의 모습은 참으로 기이하고도 놀라운 풍경들이었다.

황무지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바위산이며 협곡들은, 외계에 불시착한 상상마저 가능하게 만들었다. 협곡이 생성된 과학적 근거들이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었으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경이로운 대자연이었다.

Grand Circle의 브라이스 캐년으로 후두가 멀리 퍼져 있음

그런데, 지구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모습들에 감동한 뒤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멋있다는 감탄사를 뱉어낸 다음에는 그저 지그시 바라봐 주거나 직접 땅을 밟고 걸어보는 게 전부였다.

문득 우리가 왜 이 길 위를 헤매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고 있었다. 커다란 절벽을 앞에 두고 캔버스에 풍경을 담고 있던 백발이 다 된 멋진 할아버지는 마치 미래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와 조언하듯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그의 말처럼 대자연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를 위로한다. 그것이 진짜 자연이 건네는 것인지, 아니면 내면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가 허공을 돌고 돌아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는 건지는 알 수 없다.

Grand Circle의 호스슈밴드로 멀리 아래에 콜로라도 강이 보임

하지만, 광대한 땅의 끝에 말없이 서 있는 바위산처럼 우리를 우직하게 어루만져준다. 서부영화 속 주인공처럼 길 위를 헤매면서 지구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상의 조각을 보았다. 예전에 없던 경험을 하고 나니 삶을 보는 시야가 부풀어 오른다.

일상생활에서 나를 지탱해주는 기둥이 여행 중에 얻은 기억의 한 조각이라니, 마음이 정신사납고 흔들릴 때면 거칠고 메마른 황야를 달렸던 그때를 눈앞에 꺼내놓곤 한다.

몇 시간을 달려도 달라지지 않는 그랜드 서클의 풍경에 지칠 때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변함없는 모습이 포근하게 감싸 안아 불안하지 않게 했다. 게다가 그 길의 끝에는 늘 예상하지 못한 풍광이 나타나 나를 놀라게 하였다.

Grand Circle의 앤터럽 캐년으로 빛의 향연을 보여주고 있으며 빗물에 의하여 깎여나간 절벽이 있음

황무지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바위산이며 협곡들이 지구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기이한 풍광들을 펼쳐놓았다. 곧 이 땅에서의 한없이 작은 내 존재를 느끼면서, 그래서 별것 아닌 내가 그럭저럭 살아도 잃을 것 없음을 깨닫게 하고 위로했다.

대자연이 주는 감동은 바로 그런 것이리라.

렌터카 운전

자동차 운전은 주로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혼자서 하였다. 물론 중간에 구경하는 시간, 식사하는 시간 등은 포함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6~8시간 정도는 꾸준하게 운전을 하였다.

젊었을 때부터 운전하는 것은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어서, 장거리 운전에 대한 큰 부담감은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도로가 워낙 막혀서 가급적이면 막히는 고속도로는 운전을 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여행 내내 타고 타닌 캐딜락 렌터카

매우 피곤하기도 하고 졸리기도 해서이다. 하지만, 그랜드 서클을 달릴 때는 보통 하루에 350~400마일이 넘게 운전을 하였다. 렌터카가 좀 커서 운전하는 데 승차감도 좋았고 덜 피곤했기도 하였지만, 일단 도로가 막히지 않고 죽죽 뻗은 상태라서 운전하기가 편하였다.

주변에 볼거리도 많았고 새로운 곳을 운전하여 간다는 설렘 등으로 인하여 그리 피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집에 와서 보니 얼굴이 완전히 새카맣게 탔으며, 약 2주 동안 몸살감기 등으로 인하여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운전 당시에는 일정을 마쳐야 한다는 긴장감 등으로 인하여 피곤한 줄을 몰랐는데, 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힘들고 아팠던 것 같았다.

여행 중 식사

여행 중 식사는 우려했던 것보다 큰 문제는 없었다. 특히, 아내의 건강이 좋은 편도 아니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아내는 예상외로 어려움이 없었다. 여행 첫날 St. George에 있는 월마트에 가서 먹을 것을 많이 준비하였다.

일단 물을 끓일 수 있는 커피포트, 컵라면, 생수, 과일 등을 구입하였다. 대부분의 모텔에서 아침식사를 하는데 식사는 나름 먹을 만했다. 특히, St. George와 Kanab의 Quality Inn은 각종 스크램블 에그, 빵, 음료, 감자 및 각종 스프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카납의 모텔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으로 2층 건물임

한 끼의 조식으로 훌륭하였지만, Green River를 지나 Las Vegas가 가까워질수록 식사는 별로였다. 아침에 든든히 먹고 가다가 점심에는 버거킹, 맥도날드, 피자헛 등의 패스트푸드를 먹으니, 다소 한국 음식이 그립기는 했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랜드 서클 대부분의 모텔은 전자레인지가 준비되어 있어 햇반, 컵라면 등을 먹는 데 지장이 없었다. 모압에서는 모처럼 중국식당에 가서 뷔페 음식을 먹으니 그간의 느끼함을 모두 떨쳐 버릴 수가 있었다.

저녁은 햇반, 김치, 컵라면, 깻잎, 볶음 고추장 등으로 식사를 하였다. 배도 부르고 맛도 있어서 여행의 피곤함을 단번에 날려버릴 수가 있었다. 나름 음식 때문에 출발하기 전에 많은 걱정을 하였는데, 걱정한 것과는 달리 음식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랜드 서클 여행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크랩 요리는 매콤한 소스 등으로 느끼하지 않았다. 정말 우리의 입맛에 너무나 딱 맞아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랜드 서클뿐만 아니라 미국은 도로 표지판이 매우 잘 되어 있다. 표지판만 보고 다니면 거의 문제가 없을 정도이다.

Green River에서 Arches를 갈 때 Arches 입구를 못 찾아서 잠깐 길옆에 차를 세우고 지도를 본 것 말고는 길을 헤맨 적은 없다.

그것도 당일 교통 혼잡을 우려해서 경찰들이 도로를 막고 입구를 다른 곳으로 해 놓아서 길을 못 찾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