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itol Reef 국립공원을 거쳐 Goblin Valley State Park를 향해 출발한다. 그곳에 가려면 유타 24번 Highway를 지나야 한다. 24번 도로 역시 어제 지나왔던 12번 도로에 못지않게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도로이다.
미국 여행을 하다 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달려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이다. 한국에서는 지평선을 보기가 쉽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지평선 너머로 도로가 보인다.
Scenic 24번 road

이 도로 선상에는 거대한 사암의 캐피톨 돔을 비롯해 각종 형상을 한 다양한 형태의 거대한 바위들이 위용을 뽐내는 곳이 있다. 그리고 공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하이킹 트레일이 몰려 있으며, Fruita Historic District를 비롯해 공원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곳도 있다.

시간이 없을 경우 Capitol Reef에서 이곳만 경유해서 나가면 된다. 이 지역은 특정 View Point보다는 Scenic Drive 형태로 중간중간의 포인트들을 자유롭게 관람하면서 이동하면 된다.

Capitol Reef 공원 지역을 지나 얼마를 달리니, 도로 양옆으로 지구 행성이 아닌 것 같은 모습이 보인다. 기기묘묘한 주변 모습에 우리가 화성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잠시 빠져본다.

정말 지구의 모습이 아닌, 여기에서 스타워즈를 찍어도 될 만한 탈지구적인 모습이다. 아무리 뛰어난 연출가가 세트장을 만들어도 이렇게는 만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구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형상이 다른 모습이다. 마치 기괴하다고 할까, 도저히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다. 스타워즈나 미래의 행성 등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아마 밤에 24번 도로를 달렸으면 ET가 하늘을 향해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어느새 달리다 보니 끝도 보이지 않는 지평선이 보인다.

우리가 달리는 도로는 한 치의 굴곡도 허용하지 않는 직선 도로이다. 사방팔방을 둘러보아도 지평선만 보이는 곳. 저 멀리서는 비가 오는 듯 검은 구름도 보이고, 쌍무지개도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달리는 도로에서는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고 있다.
Goblin Valley State Park
얼마를 더 달려 Goblin Valley State Park로 들어간다. 24번 도로에서 약 30여 분 다른 도로를 타고 거슬러 반대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가는 길이 좀 비가 올 것 같다. 오후 6시 정도 도착하였지만, 날은 아직 환하다.

고블린 공원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미국의 국립공원과 조금은 다른 모습이다. 브라이스 캐니언은 후두라고 불리는 흙으로 된 뾰족한 탑이 모여 장관을 이루었지만, 고블린은 후두의 모습이 둥근 형태다.
모습이 둥근 버섯과 많이 닮아 있어 귀엽고 앙증맞은 느낌이다. 넓은 들판에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후두가 널리 퍼져 있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오직 자연만이 창조할 수 있는 멋진 모습이다.

고블린 공원은 미국 유타의 대표적인 주립공원으로, 미국에서도 최고의 오지이고 발견 자체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곳이다. Goblin은 작고 추하게 생긴 마귀 또는 도깨비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일명 버섯 계곡이라고도 불린다.

Goblin Valley로 들어가는 입구에 회색 흙기둥으로 쌓인 거대한 바위성도 볼 수 있다.
Goblin Valley State Park 공식 홈페이지 바로 가기
이 주변에도 숫자는 적지만 버섯 바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작은 언덕 밑으로 도깨비 뿔과 버섯 모양의 바위들이 오밀조밀 수많이 모여 있는 골짜기가 나타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복잡한 풍화와 침식 작용에 의해 자연적으로 생긴 기기묘묘한,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계곡 전체가 꼬마 악마처럼 생긴 귀여운 바위들이 여기저기 마을을 형성하여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가장자리에는 거대한 바위 울타리로 성을 쌓아 놓은 모습이 더욱 흥미롭다. 사암이라기보다는 푸석푸석한 진흙덩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지형이 생기는 이유는 사막의 특징 때문이라고 한다.

사막은 비가 적게 오는데, 일단 비가 오면 바닥 부분을 적시고 강한 열은 다시 상부를 단단하게 한다. 그래서 상부는 단단하고 하부는 아직 사암 그 자체이다. 점차 풍화작용이 진행되면서 하부가 먼저 침식되어 이러한 형태가 되었다.

저 멀리서 먹구름이 보이는 게 좀 심상치 않다. 여기는 주립공원이지만 그래도 입장료는 받는다.
공원 레인저의 순박한 미소가 아름답다. 전형적인 미국 백인 금발 남자의 모습이다. Goblin 역시 이국적인 모습을 자랑한다. 작은 바위가 모두 버섯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수많은 돌무더기의 향연이다.

어찌 이런 모습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신기할 따름이다. 미국 아이들은 Goblin 사이를 뛰어다니며 사진도 찍고 술래잡기도 한다. 약 30여 분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데,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미국에 온 뒤 처음으로 비를 만나는 것이다. 많은 비는 아니지만, 서둘러 나와서 차에 올라탄다. 약간 아쉽기는 했지만, 다시 Green River를 향해 달린다. 공원에서 나온 지 약 30여 분이 지났을 때, 비는 폭우로 바뀌어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사방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우리 차 말고 지나가는 다른 차는 한 대도 없다. 만일 여기에서 차가 고장 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서둘러 달려가는데, 주변에는 비가 오면서 컴컴해서 동물이라도 튀어나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선다. 운전대를 꽉 부여잡고 안전에 최선을 다하며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