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es National Park: 자연이 조각한 거대한 예술품 (ft. 미국 서부 총3,000km 렌터카 여행)

오늘은 Arches National Park를 하루 일정으로 구경하는 날이다. 어제 늦게까지 고블린 공원을 보고 폭우를 뚫고 Green River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Green River 출발

간단하게 토스트와 커피 한잔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Arches로 향한다. 이번 주말이 Memorial Day 3일 연휴가 겹쳐있어, Arches 가는 길이 조금 걱정이 되었다.

Delicate Arches 트레킹을 준비하였는데, 원래 아내의 몸이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생생하게 잘 따라와서 한시름 놓기는 하였다. 약40여분을 달려서 Arches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road sign이 조금 이상해서 순간적으로 당황하였다.

다행히도 유턴을 해서 공원입구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서 별 문제는 없었다.

Arches National Park

Arches는 Moab에 위치한 국립공원으로 Utah주의 상징이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천연아치가 무려 2천개 이상이나 309제곱 킬로미터 면적의 공원 안에 흩뿌려져 있는 놀라운 풍광을 자랑한다.

Arches National Park에서 가장 유명한 Delicate Arch의 우람한 모습

원래 1928년 4월 12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나, 이후 1971년 11월 12일 국립공원으로 변경되었다. 2,000여개의 아치 중 Utah주를 상징하는 델리키트 아치(Delicate Arch)가 대표적으로 유명하다.

Arches National Park 국립공원 홈페이지 바로 가기

수많은 Arch

아치 사이의 구멍이 약 1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아치에서부터, 높이 100m 입구의 크기나 두께가 약 5m에 달하는 랜드 스케이프 아치(Landscape Arch) 등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모래 아치들이 있다.

구멍의 지름이 1미터 이상이 되어야만 공식적으로 목록에 기재되고, 지도에도 올라가기 때문에 공원에는 2천 개가 훨씬 넘는 아치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 지역에만 유난히 돌에 구멍이 뚫리는 걸까.

결국은 물과 바람의 쉼 없는 침식 풍화 작용이다. 한라산과 비슷하게 고도가 높은 사막에 있어서 극단적인 기온차를 보이는 것도 큰 몫을 차지한다. 3억 년 전, 이 지역에 바닷물이 들어왔을 때 수백 미터가 넘는 두께의 사암지대가 콜로라도 고원에 안착했다.

이후 고여 있던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드러나게 된 소금 퇴적층과 사암들이 1억 년이 넘는 세월동안 비와 바람의 공격으로 침식작용이 계속되었다.

직접적으로 힘을 많이 받은 중앙부가 얇아지면서 구멍이 생기고, 다시 그 구멍이 점점 넓어져 가장 자리만 남은 아치가 된 것이라고 한다. 특히 틈사이로 물이 스며들어 얼고 팽창할 때의 침식의 파워가 더욱 크게 작용했다.

Delicate Arch와 함께 공원을 대표하는 Landscape Arch도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Arches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다양한 지질학적 형태의 암석들을 관찰할 수 있다.

Delicate Arch Trail

Utah주 최고의 상징인 아치인데 실제로 가보지 않으면 후회를 할 것 같아 아침 일찍 트레킹을 위해 길을 서둘렀다. Arches 입구에 많은 차량들이 줄 지어 있었지만, 그곳을 통과하여 무조건 Wolfe Ranch 주차장으로 달렸다.

미국의 3일 연휴기간이라서 Delicate Arches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다. 따라서 주차장이 혼잡하면 트레킹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조급한 마음으로 달려갔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약10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주차장임에도 불구하고 주차할 빈 공간이 없었다. 다행히 주변을 몇 번 돌다보니 빈자리가 생겨 본격적으로 트레킹에 나섰다.

Delicate Arch까지 트레일 안내 표지판

예상 왕복시간은 약2시간 이었으며, 생수, 모자 등을 든든하게 준비하고 Delicate Arches를 향하여 걷기 시작하였다. 여름이라면 이른 아침에도 40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를 선보이는 등 덥기로는 악명 높은 Arches여서 다소 긴장도 되었다.

잠시 쉬어갈 그늘 한 점이 없었다. 나무도 많고, 풀도 많고, 또 야생화도 곱게 피어있지만, 그들의 키는 대부분 무릎 밑에서 맴돌았다. 다행히도 길은 가파르지 않고 쉬운 편이었으나 오로지 뜨거움만이 우리를 괴롭혔다.

Delicate Arches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4.8킬로미터다. 출발은 주차장 옆 오두막에서 시작한다. 1800년대 후반, 미국 남북 전쟁에 참전했던 재향군인 John이 그의 아들과 함께 정착했던 집이라고 한다.

Delicate Arch까지 걸어가는 트레일

집 자체는 굉장히 허름해 보이며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트레킹 코스 초반에는 거의 평지여서 차분하게 걷기 시작했다. 연휴기간이라서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전혀 없었다.

주변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미국 부모들이 참 많았는데, 아이들도 생각보다 씩씩하게 잘 걷는 모습을 보고 대견스럽게 생각하였다.

주차장에서 약20분 정도를 걸으니 평평한 길에 마음 편히 뒷짐을 지고 걷다가도 때로는 아찔하게 가파른 사암 언덕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발밑에 걸리는 선인장과 꽃들을 어루만지며 언제 어디서 등장할지 모르는 아치와의 만남을 고대했다.

드디어 Delicate

경사는 가파르지만, 지면은 단단한 바위여서 신발이 미끄러지지는 않았다. 이곳을 통과하면, 부드러운 모래밭으로 된 코스도 나온다. 새하얀 모래가 정말 부드럽다. 중간에 쓰러진 나무가 있기도 하고, 조그만 절벽 등도 보인다.

아침 9시 정도부터 일찍 걷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햇볕이 너무나 강렬하다. 생수도 마시고, 휴식도 취하면서 계속 올라간다. 약40여분을 걸어서 모퉁이를 도는 순간 눈앞에 Delicate Arches의 모습이 나타난다.

Arches National Park에서 가장 유명한 Delicate Arch의 우람한 모습

가빠진 숨을 정리할 새도 없이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진 속에서 봤던 느낌이랑 절대적으로 차원이 달랐다. 마치 로봇 태권브이의 허리 아래쪽을 뚝 떼어 놓은 듯 압도적인 크기이다.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보고 있자니 아치의 구멍만큼이나 내 가슴도 뻥하고 뚫린 듯 시원해졌다. 너비는 10미터, 높이는 14미터에 달하는 크기자체도 엄청나게 크거니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게 서있는 모습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옆에 앉은 독일에서 온 관광객들도 Delicate Arches의 신비로운 모습에 탄성을 질러 댔다. 땀을 식히면서, 아치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연의 신비로움에 다시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근육질의 로봇이 서 있는 듯한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하였다. 여기에서 헐크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옆에는 사진을 찍기 위한 사람들의 줄이 쭉 늘어서 있었다.

Arches National Park에서 가장 유명한 Delicate Arch의 우람한 모습

자연은 참으로 신기해서 어떻게 이런 모양의 지형을 만들어냈으며, 또 어떻게 이렇게 아찔하게 버티고 있는 건지. 토양 속에 있는 칼슘성분의 농도에 따라 침식이 다르다는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Devils Garden Trail

아무리 과학적인 설명을 들어도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감탄할 뿐이다. 혹시나 아치가 쓰러지지는 않을까 했던 우리의 우려는 현실이다.

아치를 만들어 놓은 것도 자연이고 다시 아치를 없애 버리는 것도 자연이라고 한다. 1970년 이후 42개의 아치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Arches National Park의 트레일 모습

세계에서 가장 가늘고 긴 93미터의 랜드 스케이프 아치에서도 1990년대에 세 번이나 큰 돌덩어리가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다행히 지금도 무너지지 않고 변함없이 아치로 남아서 공원의 자존심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한다.

각양각색의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엎드린 사람, 허리를 뒤로 젖혀 텀블링 자세로 찍는 사람 등등 각자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는다. 우리도 수많은 사진을 찍고 땀을 식히면서 서서히 내려온다.

Arches National Park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아치들

미국 국립공원은 자연구조물에 대하여 인공적인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한다. Delicate Arches도 언젠가 무너질 것에 대비하여 보호 장치를 마련하자고 의견이 많았지만, 자연의 일부분인 상태로 그냥 두자고 결정이 되었다고 한다.

Arches National Park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아치

Delicate Arches를 구경하고 사진 찍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많은 차량들이 주차를 시키기 위하여 줄을 지어 있었다. 다시, Devils Garden 방향으로 이동하여 주차 시키고 나서 가벼운 트레킹으로 Skyline Arch, Double O Arch 등을 구경하였다.

Arches National Park의 윈도우 아치

이곳을 트레킹 하는데 시간이 거의 점심 무렵이어서 날씨가 너무나 덥고 태양이 너무 강렬하다. 따라서 더 이상의 트레킹은 하지 않았다.

The Windows section, Balanced Rock 구경

Arches National Park의 Balanced Rock

나오는 길에 The Windows section과 Balanced Rock을 구경하고 Park Avenue, La Sal Mountains Viewpoint, Courthouse Towers Viewpoint, Tower of Babel 등을 구경했다.

점심시간도 좀 지나고 해서 피곤하고 더위에 지쳐 일단은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간다. Visitor Center를 거쳐 밖으로 나오는데 Arches로 들어가는 차량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우리가 아침에 들어 갈 때는 지금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