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스 캐니언(Bryce Canyon)을 뒤로하고 미국 시닉 12번 도로(Scenic Byway 12)를 달리기 시작한다. 12번 도로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중 하나로 잘 알려진 곳이다. 특히 주변의 멋지고 특이한 풍경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Scenic 12번
미국 유타주 남부에 위치한 시닉 바이웨이 12번(Scenic Byway 12)은 단순한 드라이브 코스를 넘어, 도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목적지가 되는 환상적인 도로이다. Scenic Byway 12번 도로 공식 홈페이지 바로 가기
미국 정부가 최고의 경관 도로에만 부여하는 ‘올 아메리칸 로드(All-American Road)’ 칭호를 받은 이 도로는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여정(A Journey Through Time)’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 도로는 수억 년의 지질학적 역사가 빚어낸 경이로운 풍경 속으로 운전자를 안내한다.
약 198km(123마일)에 걸쳐 펼쳐지는 이 길은 서쪽의 US-89번 도로(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 인근)에서 시작한다. 도로는 동쪽의 토리(Torrey,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 인근)까지 이어지며, 미국에서 가장 독특하고 다채로운 자연 경관을 파노라마처럼 선보인다.

벌써 도로 주변을 보니 풍경이 장난이 아니다. 도로에는 아름다운 도시인 볼더(Boulder), 에스칼란테(Escalante) 등이 있다.
에스칼란테를 거쳐 한참 달리다 보면 ‘헤드 오브 더 록스 오버룩(Head of the Rocks Overlook)’이 나온다. 이곳은 12번 도로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로 ‘밀리언 달러 로드(Million Dollar Road)’라고도 불릴 정도로 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Head of the Rocks Overlook
유타 하이웨이 최고의 절경 지대 중 하나이다. 버스 몇 대까지 주차할 수 있는 넓은 주차장이 잘 단장된 이 전망대에서는 다채로운 슬릭록(slickrock)이 길게 뻗어 있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약 1억 6천만 년 전에 모래 지역이 오랜 세월을 거치며 크림색과 붉은색의 사암(cream & red sandstone)으로 변한 곳이다. 이곳 전망대에서는 12번 하이웨이의 굴곡진 모습이 이러한 배경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특히 이곳은 전망대가 동쪽을 향하고 있지만, 의외로 일몰이 아주 특별한 곳이라고 한다. 해가 넘어가기 전 구름이 각양각색으로 변하며 하늘을 물들이고, 다채로운 바위들이 환상적인 조화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산 위에서 산 아래로 뱀처럼 꼬불꼬불 펼쳐진 도로의 모습이 하얀 바위와 어우러져 신비로운 감정을 자아내는 곳이다.

12번 도로는 그랜드 서클(Grand Circle) 아래쪽을 가로지르는 도로로, 브라이스 캐니언에서 시작해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 서쪽 토리에서 24번 도로와 만나며 끝이 난다.
도로 위쪽은 딕시 국유림(Dixie National Forest)이고 도로 아래쪽은 그랜드 스테어케이스-에스칼란테(Grand Staircase-Escalante)이다. 도로 전체 길이가 200km인데 그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은 에스칼란테와 볼더 사이 구간이다. 바쁜 여정을 뒤로하고 다시 커피숍을 나서서 달린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도로 양옆으로 펼쳐진 광경에 넋을 잃고 만다. 도로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하고, 도로 양편에 아무것도 없는 낭떠러지가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푸른 하늘 속을 자동차로 달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Kiva Koffeehouse
키바 커피하우스(Kiva Koffeehouse)는 사막 가운데 있는 오아시스와 같다. 여정에 지친 여행자를 달래 주기 위해 만들어진 신의 선물과도 같은 조그마한 커피숍이다. 내리막길 커브에 있어서 달리다 보면 입구를 놓칠 수 있지만, GPS를 확인하고 가면 큰 문제는 없다.

간판도 붉은 암석으로 멋있게 되어 있으며 약간 반지하에 있는 커피숍으로 각종 샌드위치, 샐러드, 커피 등을 판매한다. 또한, 직접 만든 커피 잔, 접시 등을 판매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우리는 점심 식사로 커피와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양이 정말 많기도 하다. 커피를 즐기면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니 정말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사방을 둘러보면 끝없이 펼쳐진 계곡의 향연, 정말 아름답기도 하다.
키바 커피하우스는 오후 4시까지만 영업하고 겨울에는 문을 닫는다고 한다. 겨울에 이곳에 눈이 내리면 이 도로는 통제된다고 한다.
도로 옆에 차를 무작정 세우고 주변 풍경에 취해 사진을 마구 찍어 보기도 한다. 다시 도로가 높아지는 느낌이 든다. 한없이 위를 향하여 올라가니 양옆에 다시 한번 수채화에서나 볼 수 있는 연둣빛 잎을 가진 나무들이 줄지어 산속에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달려도 줄지어 따라오는 수많은 나무들.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면서 다시 나무의 모습과 색상이 조금씩 바뀌어간다. 드디어 토리를 앞두고 높다란 산을 하나 넘어서니 멀리 조그만 도시가 하나 보인다.
12번 하이웨이와 24번 하이웨이가 연결되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계획에는 마을에 들러 휴식도 취하고 구경도 하려 했으나, 여정에 쫓겨 다시 24번 하이웨이를 따라 그린 리버(Green River)로 달린다.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에서 캐피톨 리프 국립공원까지의 12번 도로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이웨이 중 하나이다. 그래서 이 12번 하이웨이를 ‘올 아메리칸 로드’라고도 한다.
우리는 12번 도로를 운전하는 중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 때문에 우리도 모르게 차를 세우고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곳에는 캐니언이 있고 바위산이 있으며, 어떨 땐 초원이나 숲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