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캐납(Kanab) 숙소에서 잠을 자고 약 한 시간여를 달리다 보니 브라이스 캐니언(Bryce Canyon)에 들어선다. 기기묘묘한 첨탑과 같은 형상을 가진 후두(Hoodoo)의 모습을 보니 참 장관이라는 말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Bryce Canyon 관광

미국 유타주에 있는 국립공원이다. 브라이스 캐니언은 수만 개의 섬세한 첨탑을 가진 여러 개의 반원형 극장의 집단과 같은 모습이다. 이곳의 수만 개를 헤아리는 기묘한 첨탑 하나하나는 모두 물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바다 밑에 있을 때 토사가 쌓여서 형성된 암석이 지반에 우뚝 솟은 후, 빗줄기와 흐르는 물의 힘에 의해 다시 본래의 토사로 변하여 흘러내려가는데 비교적 단단한 암석만 침식되지 않고 남아서 무수한 첨탑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후두의 향연
후두(Hoodoo)라고 부르는 뾰족하고 아슬아슬해 보이는 돌기둥들은 1년 중 200일 정도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으며 팽창과 수축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바위에 균열이 생기고 갈라지고 결국에는 깨지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브라이스 캐니언을 형성하고 있는 반원형 극장의 가장자리는 50년 간격으로 약 1피트(약 30cm)씩 후퇴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질학적으로 볼 때 대단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Bryce Canyon 공식 홈페이지 바로 가기
이곳에서 서식하는 동물들, 그리고 뿌리를 내리고 사는 수목과 화초들 모두가 이 신비한 자연 속에서 서로 미묘한 관계를 유지하며 위대한 자연의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해발 7천 피트(약 2,100m) 내외의 이 공원 밑바닥에는 향나무가 무성하다.

브라이스 캐니언 전망대
전망대가 설치된 2,000m 내외의 지대에는 소나무들이 즐비하며 3,000m의 정상부에는 전나무가 있어 자태를 뽐낸다.
브라이스 캐니언의 아름다운 경치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1923년 준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5년 후인 1928년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고 한다.

공원의 면적은 3만 6천여 에이커(약 146km²)이지만 남북으로 21마일(약 34km)이나 되는 긴 지역이며, 잘 포장된 도로가 공원 전체에 깔려 있어 13개나 되는 전망대에 들르기 편하다. 대표적인 전망대로는 선라이즈(Sunrise), 선셋(Sunset), 브라이스(Bryce), 인스피레이션(Inspiration) 포인트 등이 있다.

자연의 신비란 이런 것인가?. 영겁의 세월 동안 만들어져 온 저 모습을 바라보면서 감탄만 나올 뿐이다. 이곳 역시 유타의 전형적인 붉은 돌의 모습을 보이지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모습이라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이다.

국립공원 연간 회원권(Annual Pass)을 여권과 함께 보여주고 입구를 통과한다. 레인저의 순진한 미소가 가슴을 더욱 설레게 한다. 가장 끝 포인트인 레인보우 포인트부터 가서 하나씩 포인트를 보면서 나오는 방법을 택했다.

레인보우 포인트 (Rainbow Point)
레인보우 포인트까지 상당히 멀기도 하다. 제한 속도가 35~45마일 정도여서 빨리 달리지는 못하지만, 약 30여 분 넘게 달려서 레인보우 포인트에 도착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장관 앞에서 넋을 잃을 수밖에 없다.

도대체 저 광경을 무엇으로 표현한단 말인가? 아무리 위대한 작가나 사진작가가 와도 저런 광경을 글이나 사진으로 절반 정도나 표현할 수 있을까? 레인보우 포인트는 브라이스 국립공원에서 가장 높은 2,778m 지형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브라이스 캐니언 전체의 전망과 함께 동쪽 지역의 층계 지형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층계 지형은 지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돌의 색깔에 따라 이름이 결정된다. 제일 위의 지층은 핑크색, 그 아래는 회색이다. 다음은 흰색을 볼 수 있다. 흰색 아래에는 빨간색의 지층을 볼 수 있고, 지평선에 숨겨져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 아래에는 초콜릿색 지층이 있다.
인스피레이션 포인트 (Inspiration Point)
다시 입구 쪽으로 내려오면서 포인트 중 가장 백미인 인스피레이션 포인트에 들러 브라이스 캐니언의 정수와 백미를 다시 한번 맛본다. 브라이스 캐니언에서 최고의 전망을 가진 뷰포인트이다.
거대한 원형 경기장 모양의 이 포인트는 새벽에 본다면 환상적인 일출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브라이스 캐니언 이름의 기원인 몰몬교 지도자 브라이스가 이곳의 계곡 아래에 살았다고 한다. 당시 방목을 하며 살았던 이들이 이곳을 보고 ‘소 잃어버리기 딱 알맞은 곳이네.’라고 말을 했을 만큼 환상적인 경치에 다른 무엇을 생각할 수 없는 곳이다.

여기에서는 동쪽 트로픽(Tropic) 지역의 탁 트인 전망과 브라이스 캐니언에서 가장 넓게 퍼져 있는 환상적인 후두의 배열과 조합을 볼 수 있다. 서쪽 지역은 마치 중세 유럽의 성곽과 같이 부식이 진행되는 석회암 동굴의 모습을 띠는 등 이곳 한 곳만 보아도 브라이스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선셋 포인트 (Sunset Point)
선셋 포인트는 브라이스 캐니언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곳으로, 가장 멋진 후두들이 몰려 있다. 뷰포인트에서는 미로처럼 퍼진 후두와 지느러미 모양의 바위들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망대 바로 밑 북쪽 끝에는 ‘토르의 망치(Thor’s Hammer)’가 외롭게 서 있다. 이 섬세한 후두 형성물은 다른 후두들과 분리되어 아주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토르의 망치’는 공원에서 가장 많은 사진 촬영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또한 이곳의 클라론 지층(Claron Formation)은 다양한 색상으로 물들어 있으며, 브라이스 캐니언에서 바위의 모습이 제일 아름다운 곳이다. 그리고 선셋 포인트는 절벽 제비, 칼새 등 공원에서 새들이 가장 많은 곳이고 까마귀와 매들은 절벽의 상승기류를 타고 이 지역을 날아다닌다.

이곳에서는 공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트레일인 나바호 루프 트레일(Navajo Loop Trail)을 하이킹할 수 있고 퀸스 가든 트레일(Queen’s Garden Trail)도 이용할 수 있다.
내추럴 브리지 (Natural Bridge)
이곳은 브라이스 캐니언에서 가장 신비로운 곳 중 하나이다. 파뷰 포인트(Farview Point)를 지나 고갯길을 내려가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작은 뷰포인트로, 내추럴 브리지(Natural Bridge)는 브라이스 캐니언의 형성 과정을 바로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브라이스 캐니언의 후두 생성 과정인 돌의 틈새에 부식이 일어나 공간이 만들어지고, 이 공간들 사이로 물이 흐르면서 점점 커진 모습을 보여준다. 부식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다. 내추럴 브리지의 모양새는 다리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아치(Arch) 형태라고도 볼 수 있다.

브라이스 캐니언 트레킹
이제는 브라이스 캐니언의 속살을 좀 더 깊이 맛보기 위하여 선셋 포인트에서 트레킹을 한다. 한없이 내려가는 트레킹 코스, 실제로 가까이서 보는 수십 미터 높이의 후두 모습은 너무나 장관이다.
우리가 걸었던 코스는 나바호 트레일(Navajo Trail, 지도의 파란색)이며 전체 거리는 약 1.3마일(2.6km), 고도 차이는 약 167m로 상당히 가파른 구간이다. 나바호 트레일은 공원 안의 트레일 중에서 낙석 확률이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양쪽으로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기둥과 벽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실제로 2006년 5월, 400~500톤 규모의 낙석 사고로 16개월 동안 트레일이 폐쇄되었다고 한다.
브라이스 캐니언이 생성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막을 방법이 없으니, 특히 좁은 공간을 하이킹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렇게 위험한데 트레일을 계속 그대로 두는 이유는 “Hiking is at your own risk(하이킹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라고 한다.

아래로 내려가면 본격적인 스위치백(switchback)이 펼쳐지는데, 다시 올라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마치 흙덩어리인 줄 알았는데, 수천만 년의 세월로 다져진 듯 바위보다도 더 단단한 후두를 보며 할 말을 잃는다.
선셋 포인트, 나바호 루프, 퀸스 가든을 거쳐 다시 선셋 포인트로 올라오는 코스를 택했다. 약 1시간 정도면 이 코스를 둘러볼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이고 많은 사람이 이곳을 선호한다. 하늘이 너무나 맑다.
그 맑은 하늘 사이로 보이는 수많은 후두의 모습이 너무나 강렬하다. 트레킹 코스는 초반에 내려가는 구간이 상당히 가파르지만, 그다음부터는 쉬운 코스로 노약자도 트레킹하기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브라이스 캐니언에 가면 꼭 트레킹을 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