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라 : 타지마할의 도시 (2)

오늘은 아그라 2일차로 어제에 이어 베이비 타지마할, 아그라 시장 등을 보러 간다.

베이비 타지마할

오늘은 아침 일찍 이트마드 우드 다울라(Itmad-ud-Daula)로 향했다. 이곳은 ‘베이비 타지마할 ( Baby Taj mahal)’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실제 타지마할의 설계에 영감을 준 곳이라고 한다. 숙소를 나와 툭툭을 잡았더니 200루피를 요구했다.

그냥 지나치려 하자 150루피로 깎아주었고, 내가 100루피를 제시하자 그 가격에 태워주었다. 툭툭 기사는 거리가 멀다며 투덜거렸지만, 타지마할 메트로 옆을 지나며 골프장을 볼 수 있었다.

아그라 베이비 타지마할

안전망도 없이 골프를 치는 모습이 다소 위험해 보였고, 인도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건 분명히 부유층임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먼 거리를 달려 도착하니, 툭툭 기사가 정문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지만 필요 없다고 하니 그냥 떠났다.

소박한 궁전

아침 일찍 도착해서인지 관광객은 한 명도 없었다. 이곳 역시 외국인 입장료가 현지인보다 훨씬 비쌌다. 500루피 지폐를 냈더니 잔돈이 없다고 해서, 인도에서 거스름돈 문제로 종종 불편을 겪게 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외국인에게 높은 입장료를 받으면서도, 기본적인 인프라가 부족한 점이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둘러보는 데 30분이면 충분했고,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게 잘 지어진 건물이었다. 타지마할의 원형이 된 건축물로, 인도 건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좌우대칭이 이곳에서도 뚜렷했다.

아그라 베이비 타지마할

약 1시간 정도 여유롭게 둘러보다 보니 단체 관광객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베이비 타지마할을 나와 다음 행선지를 고민하다 아그라의 재래시장과 대형 쇼핑몰을 가보기로 했다. 베이비 타지마할 바로 가기

인도 여행 중 쇼핑몰에 가본 적이 없어, 도보로 이동하기로 했다. 구글지도를 확인하니 약 1시간 거리였다. 아침이라 아직 덥지 않아 천천히 걸었다.

아그라 시장

베이비 타지마할 앞 야무나강을 건너 시내 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들른 시장은 다른 도시들보다 더 전통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아직은 발전이 더딘 느낌이었고, 현지인들의 시선도 다른 곳보다 날카롭게 느껴졌다.

좁은 골목을 지나는데, 20명 넘는 사람들이 앉아 나를 지켜보고 있어 약간 긴장됐다. 여자 혼자라면 이런 곳을 다니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골목에서는 사진을 찍기도 부담스러웠다.

아그라 골목길

인도 사람들은 집단 심리가 강하다고 해서,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수 있다고 들었다.

인도의 다른 도시와 다르게 아그라의 골목은 약간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골목 중간에 무리를 지어 있는 개도 많았고 상당히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길을 걷는 다른 사람을 방패삼아 뒤따라 걸어서 겨우 통과한다. 그리고 시장 건물 등이 상당히 낡은 느낌이어서 별로 친근감이 들지 않는다.

쇼핑몰

약간 으스스 한 기분을 느끼며 Ashok Cosmos Mall에 도착했다. 오전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매장이 많았다. 맥도날드가 있어 간단하게 맥모닝을 먹었는데, 한국에서 먹던 맛과 거의 같았다.

인도의 맥도날드도 현지 가격으로 치면 상당히 비싼 편이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먹을 수 없다고 한다. 물론 아침이어서 그렇지만 다른 손님은 없다.

쇼핑몰이 대부분 닫혀 있어 지하에 있는 마트에 들어가 보았다. 이곳은 한국의 이마트와 비슷하지만 규모는 더 컸다. 다양한 상품이 있었고, 한국 라면과 과자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숙소에서 먹을 간식과 음료를 샀는데, 음료는 냉장고에 있었지만 그다지 시원하지 않았다. 간식거리 등을 구입하여 마트 밖으로 나오는데 보안요원이 구입물품과 영수증을 비교해 가며 일일이 검사한다.

아그라 전체를 보지 못해서 그럴 수 있겠지만, 아그라는 현대적인 도시라기보다는 전통적인 도시라는 느낌이 든다. 건물은 낡았는데 이를 수리하거나 관리를 잘 하고 있지는 않다.

무너진 건물 사이로 수많은 수풀들이 우거져 보인다. 그래도 낡은 것과 낡았지만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은 다른 것 같다.

툭툭 운전사

점점 더워지는 날씨와 긴 도보에 피곤해져 툭툭을 타고 타지마할 근처로 돌아왔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돌아오는 길은 교통체증으로 인하여 상당히 막힌다. 툭툭 운전사는 정말 습관적으로 경적을 울린다.

뒤에서 듣고 있자니 귀가 아프다. 왜 저리 습관적으로 경적을 울리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국 같으면 경적 및 난폭운전 등으로 인하여 싸움이 났어도 몇 번 났을것 같다.

심하게 경적을 울리고 중간에 아슬 아슬하게 끼어들고 좁은 길에서 추월을 하여도 운전사 간에 다툼은 본 일이 없다. 한국이면 서로 노려보고 했을 법한 상황이 몇 번 있었는데 그냥 묵묵히 달린다.

경적을 울리는 것은 상대방에게 알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신 뒤에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이란 말을 들었다. 그러니 상대방이 불쾌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툭툭 운전자들이 경제적으로 풍족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합리적인 가격을 요구하면 기분이 상하지 않을 텐데 무조건 5배 이상의 요금을 부른다. 툭툭을 타는 사람도 우버나 주위사람에게 가격을 확인해서 적정가격을 지불하려고 한다.

적정가격보다 무리하게 깎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100루피이면 한국돈으로 약1,600원 정도이다. 크다면 크고 적다면 적은 금액이지만 정말 기분 문제이다.

여행자들도 외국인으로써 어느정도는 덤으로 주는 가격을 생각하고 있다. 야박하게 후려쳐서 깎으려고 한다면 정말 도둑놈 심보 아닌가?

한국 음식

숙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타지마할 서문 근처에 있는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음식이 맛이 있다는 한국인의 평도 많았고 추천하는 리뷰들이 상당했다.

거기서 김치볶음밥과 신라면을 주문했다. 오랫동안 한식을 못 먹었더니 매운 음식이 절실하다.

일본인 가족

옆에는 일본인 가족도 와 있었는데 아이 2명을 포함하여 대가족이 온 것 같았다. 직원이 신라면을 권하자 젊은 일본 청년이 손사래를 치면서 우리는 한국인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상당히 까칠해 보인다. 아니면 마는 거지 그런 표정을 지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가 외국에서 중국인으로 오해 받을 때의 기분과 비슷할 것 같았다.

시원한 맥주를 주문하려 했지만, 이곳에는 팔지 않는다고 한다. 인도에서 느낀 것 이지만 술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곳은 종교적 이유로 술을 쉽게 구할 수 없고, 규제도 엄격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생의 소원 타지마할 보기

아그라는 타지마할과 아그라포트 정도만 보면 충분할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인도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타지마할을 보았으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흰백의 대리석으로 지은 궁전의 모습이 너무 웅장하고 모든 것을 압도하는 풍경이었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을 시키지 않았던 타지마할을 사진속에는 담을 수 없어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았다.

타지마할

인도에 오게 된 또 하나의 계기는 인도 남부 마두라이에 있는 미낙시 사원 이었다. 미낙시 사원은 힌두교 사원으로 사진으로 처음 보았을 때는 사원의 오묘함으로 인하여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사원이 보수공사에 들어가서 사원은 다음번을 기약하며 이번에는 가지를 못했다.

밤에 커피 한잔 먹으려고 식당의 루프탑에 올라갔다. 타지마할의 야경이 멀리서 보인다. 낮에 보는 것과 밤에 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다. 타지마할은 인도 정부에서 경계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강 도보로 약10여분이 넘는 거리 밖에서 바리케이트를 치고 일반 차량 통행을 금지시킨다. 아마 차량 폭탄테러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인 것 같다.

타지마할

내일은 하와마할의 도시 자이푸르로 이동할 예정이다. 아침 일찍 버스를 타야 해서 오늘은 짐을 챙기며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