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라 포트역
어젯밤 바라나시에서 출발한 열차를 타고 13시간을 달려 아침 6시에 Agra Fort역에 도착했다. 아그라 바로 전 역에는 예상보다 25분 빨리 도착했지만, 약 20분 정도 정차한 후에야 아그라역에 정확히 들어섰다.
인도 기차가 자주 지연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내가 타본 다섯 번의 열차는 모두 정시에 출발하고 도착했다. 인도 철도가 예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다.

기차가 아그라에 도착하기전 침대에서 나와 기차 문쪽으로 나와 본다. 밤새도록 기차안에 있었더니 답답하기도 하고 춥기도 하다.
기차는 천천히 아그라 역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철길 옆을 보니 주위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용변을 보고 있다.
인도는 화장실이 없는 집이 많다고 하더니 아마 그런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엉덩이를 보이며 볼일을 보고 있는것을 보니 묘한 기분이 든다.
플랫폼에 내리자마자 한 소년이 툭툭을 타라고 다가와 계속 권했다. 나는 이미 메트로를 이용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툭툭에는 관심이 없었다. 역 밖으로 나오니 이번엔 택시 기사들이 시내 투어를 권하며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어떤 가이드는 자기가 안내해 주었던 일본인과 한국인의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면서 자꾸 호객행위를 한다. 여러 번 택시나 툭툭을 탈 생각이 없다고 했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겨우 겨우 그들을 멀리하고 메트로를 타기 위하여 이동한다.
아그라 메트로
툭툭과 택시 기사들을 뿌리치고, 메트로역까지 약 3분 정도 걸어갔다. 처음엔 길을 잘못 들었지만,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친절하게 방향을 알려주었다.
메트로는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는 듯 실내가 너무나 깨끗하고 잘 정돈되었다. 특히 차량도 완전 최신형이다. 차량 내부 전광판에 도착역 등 각종 안내글이 나온다.
한국 1호선 지하철 보다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어 보인다. 인도 메트로는 탈때 마다 공항 출입하는 것고 같이 모든 짐을 엑스레이 스캐너에 통과시켜야 한다.

사람도 일일이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하고 휴대용 스캐너로 검사한다. 지하철을 타는 플랫폼 내에도 그곳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
매트로를 타고 약 20분 정도 지나서 종점인 Taj East Gate역에 내린다. 조금 걸어가니 타지마할 주차장이 있다. 여기에서 골프 카트카 같은 차량을 타고 타지마할 입구까지 데려다 준다.
차를 타는것 보다 걷는게 좋아서 숙소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이동했다. 아침이라 거리가 한산했고, 길도 복잡하지 않아 20분 정도 걸려 숙소에 도착했다.

공기는 깨끗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상괘하기는 하다. 인도의 공기질은 한국과는 다른듯 하다. 한국도 뿌옇게 보이지만, 인도는 탁하다. 그리고 고무타는 냄새가 난다.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와서 코를 풀면 새카만 콧물이 나온다. 나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는데 사실이다.
한국만큼 매운 신라면
짐을 맡긴 뒤 아침 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왔다. 타지마할 근처에 있는, 한국인들에게 입 소문난 식당에서 계란을 넣은 신라면을 주문해 오랜만에 한국 음식을 맛보았다.
익숙한 맛이 오랜만이라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라면도 꼬들거리게 잘 끓여온다. 게다가 김치도 있으니 금상첨화이다.
막상 한국에 있으면 잘 먹지 않는 김치이지만, 외국에 나오면 정말 그립다. 아저씨가 한국말을 능숙하게 한다. 잡채밥이 맛있다고 추천한다. 하지만, 오늘 내게는 라면만 생각난다.

라면값이 좀 비싸지면 그래도 먹을 수 있는것만 해도 어디냐 싶다. 좌석이 루프탑이기는 한데 타지마할은 잘 보이지 않는다. 밤에 보이면 멋있게 잘 보인다고 한다.
아침을 먹고 나와 타지마할 주변을 산책했다. 세계적인 유적지답게 타지마할 반경 1km 이내는 차량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고, 경찰들이 교통을 통제하고 있었다.
정오쯤 숙소로 돌아오니 체크인이 가능해 넓고 깔끔한 방에 짐을 풀었다. 숙소 위치도 만족스러웠다. 타지마할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거리였고, 차량이 통제된 구역이라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가기에 좋았다.

밤새 기차를 타고 온 터라, 아그라에서의 첫날은 밀린 빨래도 하고 휴식도 취했다. 숙소 바로 앞에는 1박에 50만 원이 넘는 고급 호텔이 있었고, 주차장에는 인도에서 보기 힘든 벤츠 승용차들이 여러 대 세워져 있었다.
타지마할 입장권은 미리 온라인으로 예매했다. 입장료는 1,300루피였고,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50루피 할인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타지마할 내부 묘지 입장은 현장 구매만 가능하다고 해서, 일반 입장권만 준비했다. 입장 시간은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예약해야 했다.
드디어 타지마할
아침 6시 40분, 이른 시간에 숙소를 나섰다. 타지마할은 일출 무렵에 개장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 방문하면 더위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문으로 들어가니 보안 검색이 있었고, 보조배터리 등 일부 물품은 반입이 불가했다. 전날 금지 물품을 숙소에 두고, 가볍게 짐을 챙겨 나왔다.
왕비를 지극히 사랑한 왕
타지마할은 샤 자한 황제가 왕비를 추모하며 지은 건축물로, 금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타지마할 전경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로는 메흐타브 바그(Mehtab Bagh)가 있다. 숙소에서 가까운 서문을 통해 입장했다.

타지마할 입장권은 온라인으로 살 수 있고(1,300루피), 결제 후 QR코드로 입장권이 발급된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관광객들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입장권에는 생수 한 병과 신발 덮개가 포함되어 있다. 보안 검색을 통과한 뒤, 타지마할이 보이는 입구에 들어섰다. 이곳이 사진 촬영 명소라 한다. 아침 일찍이라 관광객이 많지 않아 한적했다.

이곳에서도 서양인 관광객이 많이 보였고, 전체 방문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듯했다. 실제로 마주한 타지마할은 사진보다 훨씬 웅장하고 장엄하다. 약간의 미색을 포함한 순백의 아름다움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도 수많은 전문 사진사들이 호객행위를 한다. 혼자 여행한다면 전문 사진사에게 촬영을 부탁하는 것도 좋다. 사진사들은 촬영 위치와 포즈를 안내해주고, 찍은 사진을 즉시 내 휴대폰으로 전송해 준다.

약 10여장의 사진을 찍고 타지마할을 둘러본다. 타지마할 안에는 무덤이 있다고 한다. 여기는 별도로 200루피의 입장권이 필요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입장권을 사서 안으로 들어가보니 정말 볼것이 없다.
위에는 대리적으로 가짜 무덤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냥 석관같은 무덤 말고는 없다. 실제 무덤은 가짜 석관 아래 수십미터 지점에 있다고 한다.
백치미의 아름다움 타지마할
무덤 밖으로 나와서 옆을 보니 강이 흐르고 있다. 타지마할은 강가에 지어진 멋있는 건물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타지마할 사진을 멋있게 찍고 인생샷을 건지지 위하여 애쓰고 있다.

땅바닥에 물을 부어 물에 비친 타지마할에 사람이 들어가 멋있는 작품 사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또한, 핸드폰 2개를 겹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보았다.
어느 한국인은 사진 전문가인데 인도 사진사들이 찍은 전문적인 사진을 보고 흉내내려고 했으나 도저히 그대로 찍을 수 가 없었다고 한다.
인도에 오려고 마음 먹었던 가장 큰 이유가 타지마할이었다. 사진에서 본 타지마할은 너무 아름답고 왕비에 대한 순애보가 아름다워서였다.

다음 목적지인 아그라 포트로 이동했다. 타지마할에서 약 5분 거리에 Taj Mahal 역이 있다. 몇몇 툭툭 기사들이 아그라 포트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지만, 흥정이 번거로워 지하철을 이용했다.
한 정거장 이동에 10루피면 충분하다. 구글 지도에는 아그라포트역으로 나오지만 실제 역명은 DR AMBEDKAR CHOWK이다.
아그라 포트
아그라 포트에 도착하니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이전에 방문한 뉴델리, 암리차르, 바라나시에서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서양인 관광객들이 이곳에서는 확실히 많았다.
아마도 타지마할의 명성 덕분에 아그라가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인 듯하다.

이곳 역시 외국인 입장료가 현지인보다 비싸고, 외국인 전용 매표소가 따로 있었다. 입장료는 원래 600루피지만, 타지마할 입장권을 보여주면 50루피 할인받을 수 있다.
한국 가이드 새치기
표를 사려고 줄을 서 있는데, 한 동양인이 맨 앞에 끼어들었다. 이에 앞에 있던 서양인 할머니가 불쾌해하며 항의했다. 나중에 보니 그 사람은 한국인 단체 관광 가이드였고, 한국인 단체 여행객들이 따로 모여 있었다.
가이드는 단체 입장권을 모두 모아와 20명 넘는 인원의 표를 한꺼번에 할인받아 구입하려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 때문에 서양인 할머니의 불만이 더 커진 듯했다. 끼어든 것도 문제였지만, 많은 표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답답했을 것이다.
게다가 가이드와 매표소 직원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친근하게 대화하는 모습도 불쾌하게 보였을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런 행동이 국가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그라 포트를 둘러보는 동안 그 가이드와 몇 번 마주쳤다.

매력적인 포트
아그라 포트는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았고, 넓은 공간에 아기자기한 매력도 있었다. 관리 상태도 매우 좋았다. 타지마할이 압도적인 위엄을 자랑한다면, 아그라 포트는 세련되고 잘 정돈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아그라 포트 뒤쪽에서 바라보는 멀리 보이는 타지마할의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