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 :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도시 (1)

바라나시 도착

어젯밤 델리 정션역에서 2A 침대칸을 타고 바라나시로 향했다. 내 아래칸에는 젊은 부부가 있었는데, 이들도 바라나시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

바라나시 행 기차

인도 기차에서는 각 정차역마다 다양한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어, 밤늦게까지 식사를 즐기는 승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성스러운 도시

새벽이 되자 남편의 코 고는 소리에 잠을 설쳤고, 내 옆자리에는 중년 남성이 중간에 승차해 이불을 정리하느라 부스럭거렸다. 객실은 에어컨이 계속 나와 꽤 쌀쌀했으며, 침낭과 기차에서 제공된 담요를 덮어도 한기가 남았다.

2등 침대칸

선잠을 자며 밤을 보냈다. 다행히 기차는 예정대로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역 밖으로 나오자 따스한 공기가 몸을 감싸, 차가웠던 기차 안과는 대조적이었다. 바라나시는 힌두교에서 가장 신성하게 여기는 도시로, 갠지스강이 도심을 가로지른다. 역 앞은 택시와 툭툭으로 붐볐고, 우버는 잘 잡히지 않았다.

구글맵을 보니 숙소까지 도보로 약 한 시간 거리였고, 체크인은 정오부터라 천천히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바라시역

또한, 바라나시 기차역에서 툭툭을 타도 가트있는 곳까지 가지 않고 한블럭 전에서 세워준다고 한다. 고돌리아 삼거리에서 교통 통제를 하는데 더 이상은 들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고돌리아 삼거리

수많은 툭툭 기사들의 호객을 뿌리치며 고돌리아 삼거리로 향했다. 구글맵 도보 경로는 종종 좁은 골목으로 안내하지만, 차량 이동 옵션을 선택하면 넓은 길로 안내해 보다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바라나시 시내

시내 풍경을 즐기며 걷는 동안에도 여러 번 툭툭 기사들이 다가와 흥정을 시도했다. 계속 거절하다가 연세 많은 릭샤 기사분이 자전거 릭샤를 타라고 여러 번 권유했다.

고돌리아 삼거리

릭샤 탑승

숙소까지 이미 절반 이상 걸은 상태였지만, 기사분이 안쓰러워 가격을 묻자 200루피를 제시했다. 사실 역에서 고돌리아 삼거리까지는 100루피면 충분한 거리다.

이미 많이 걸은 상황이라 두 배 요금은 부담스러웠지만, 100루피에 가자고 하니 흔쾌히 수락했다. 릭샤에 올라타니 승차감은 그리 좋지 않았다.

기사분이 온 힘을 다해 페달을 밟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고돌리아 삼거리에 도착해 100루피를 드리니, 기사분이 조금만 더 달라 하여 20루피를 추가로 드렸더니 무척 기뻐했다.

내리자마자 축제 기간이라 그런지 엄청난 인파가 눈앞에 펼쳐졌다. 넓은 도로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소음도 대단했다.

방향을 돌려 가트 쪽으로 걷자, 길가에는 화려한 옷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축제에 참가하려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의상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갠지즈 강

가트 방향으로 10분쯤 걸으니 드디어 갠지스강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동안 사진과 이야기로만 접했던 강을 실제로 보니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갠지즈강은 인도에서 가장 성스러운 강이라고 한다. 강변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과 크고 작은 배들이 가득했다.

갠지즈 강

골목길 식당

우선 숙소에 도착했지만 방이 준비되지 않아 짐만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아침 식사는 한국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진 식당에서 조식을 시켰다. 계속 인도 음식과 패스트푸드를 먹다 보니 익숙한 밥이 그리웠다.

바라나시 조식

토스트, 계란에 죽같은 것인데 살짝 달다. 이른 시간이라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열지 않았고, 조식을 파는 식당만 드문드문 영업 중이었다.

성스러운 강

식사 후 다시 가트로 나가보니, 강물에 들어가 목욕하거나 온몸을 담그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이들은 강물을 입에 넣어 마시기도 했다.

힌두교 신자들에게 갠지스강은 죄를 씻는 신성한 강으로 여겨진다. 목욕이나 강물 마시기가 중요한 의식이다. 갠지즈강 안내 바로 가기

갠지즈 강

갠지즈강 아래에는 사람의 시신이며 동물의 사체가 많이 가라앉아 있다고 한다.

지금은 수온이 많이 높지 않아 물속에 있는데 7-8월쯤 기온이 45도 이상 오르고 몬순으로 인하여 갠지즈강이 범람하면 강바닥에 있던 시신들이 수면위로 떠 오른다고 한다.

갠지즈 강

국내 TV 프로그램에서 기안84가 강물에 들어가서 목욕도 하고 마셨다고 하는데 나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을 듯 했다. 예능이니까 어쩔 수 없었겠지만 나는 강물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정오쯤 숙소로 돌아오니 여전히 방이 준비되지 않아 대기실에서 젊은 인도인 부부와 마주쳤다. 인사를 나누며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부인은 K-POP과 드라마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갠지즈 강 가트

신혼여행이냐는 질문에, 부부는 고락푸르에서 바라나시 축제에 참석하려고 2박 3일 일정으로 왔다고 답했다.

방을 배정받고 들어가니 창문이 도로와 맞닿아 있었다. 창문이 잘 닫히지 않아 조금 불안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밤에는 거리의 소음과 개 짖는 소리가 그대로 들려왔다. 바라나시에서의 첫날은 휴식을 취하며, 다음날의 일정을 준비하며 마무리했다.

가트 탐방

아침 7시에 숙소를 나서니 Dashashwamedh Ghat이 가까워 금세 도착했다. 이곳은 바라나시에서 가장 활기찬 가트로, 매일 저녁 화려한 뿌자 의식이 펼쳐지는 명소다. 오늘은 갠지스강을 따라 강변의 가트들을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다.

이른 아침이라 공기가 시원하고 걷기에 쾌적했다. 강가를 따라 걷는 동안 사람들의 목욕, 기도, 각양각색의 건물들이 이어졌다.

사진을 찍고, 현지의 일상과 종교 의식을 가까이서 관찰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 약 2시간 만에 바라나시 남쪽 끝에 위치한 Assi Ghat에 도착했다.

Assi Ghat

Assi Ghat는 바라나시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갠지스강과 Assi강이 만나는 평화로운 명소다.

이곳에서는 아침마다 장엄한 갠지스강 아르띠(의식)가 열리며, 강가를 따라 펼쳐진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다. Assi Ghat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도시 쪽으로 올라가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왔다.

아씨 가트

많은 수의 가트들이 갠지즈 강을 따라 들어서 있다.

골목들은 복잡하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어 길을 잃지 않고 이동할 수 있다.

골목을 걷다 보니 외국인 여행자들이 자주 찾는 조식 식당들이 모여 있는 곳에 이르렀다. Mona Lisa Cafe에 들러 토스트와 커피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했다.

다양한 가트

사원을 방문하려는 사람들로 골목길에는 긴 줄이 이어졌고, 곳곳에 무장한 경찰이 배치되어 있었다. 바라나시의 아침은 강가의 평화로움과 골목의 활기로 가득했다.

바라나시 3대 라씨

바라나시의 대표적인 라씨 가게 중 하나인 바바라씨집에 들렀다.

이곳은 주인이 영업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것으로 유명해, 문을 열거나 닫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손님이 끊이지 않을 만큼 맛에 대한 평판이 좋다.

실제로 가게에 들어서니 일본인 여행객들도 보였고, 라씨를 주문해 맛보니 진하고 신선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바라나시에는 이처럼 골목 안쪽에 독특한 분위기와 다양한 토핑, 전통 방식으로 만든 라씨를 맛볼 수 있는 가게들이 많다.

바바라씨

바라나시에는 3대 라씨가 있다고 한다. 블루, 바바, 시원 라씨가 있는데 시원라씨는 문을 닫은 것 같았다. 토기로 많든 그릇에 라씨를 담아 주는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위생상 좋다는 느낌이었고, 먹고 난 토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는 것을 보니 그 집이 얼마나 유명한지 알 수 있었다.

채식주의자 사장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숙소 주인은 매우 친절하고 단정했다.

40대 초반의 그는 올해 초 일본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고 했다. 한국에도 하루 들렀는데, 한국에 대한 인상은 좋았지만 추운 날씨에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바라나시 숙소

또한 그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로, 계란과 생선도 먹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지의 식문화와 개인의 신념이 다르더라도,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뿌자의식

매일 바라나시의 가트에서는 아르띠 뿌자라는 힌두교의 중요한 의식이 열린다.

갠지스강을 신성시하며 시바신과 강의 여신에게 바치는 제사로, 주로 Dashashwamedh Ghat에서 저녁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의식을 지켜본다.

뿌자 의식

가트 앞쪽에는 의자가 놓여 있는데, 이 자리는 주로 신자나 예약한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잘 보이는 곳은 가트 바로 앞의 2~3층 건물 옥상인데, 이곳은 미리 자리를 잡거나 추가 요금을 내고 이용할 수 있다. 부담을 느끼는 방문객들은 계단이나 가트 옆에서 자유롭게 의식을 관람한다.

브라만 사제

아르띠 뿌자는 주로 젊은 브라만 계급의 사제들이 집전한다. 이들은 전통 의상을 입고 여러 명이 동작을 맞추어 램프와 향, 꽃, 깃털 부채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의식을 진행한다.

의식은 약 1시간 정도 이어지며, 사제들은 불을 밝힌 램프를 원을 그리며 돌리고, 성가와 함께 종, 북, 나팔, 조개껍데기 등 전통 악기를 사용한다.

뿌자 의식

의식의 세부 내용을 모두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현장에서는 경건하고 장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아르띠 뿌자는 바라나시의 밤을 특별하게 만드는 신성한 체험으로,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