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의 남단에 위치한 콜라바는 고급 주택과 별장이 늘어서 있는 부유층 거주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해안선을 따라 요트가 정박해 있는 풍경이 펼쳐져, 인도에서는 보기 드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콜라바는 다양한 역사적 명소와 유명한 호텔, 활기찬 시장, 세련된 카페와 레스토랑이 한데 어우러진 곳으로, 뭄바이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콜라바 Colaba Area
머무는 숙소에서 콜라바까지는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섰더니 출근 시간대와 겹쳐서 거리에 사람들이 북적였다.
아마도 콜라바에 있는 여러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인 듯하다. 도심 풍경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어가니 지루할 틈도 없이 금세 도착했다.
게이트 오브 인디아 Gate of India
콜라바의 상징적인 랜드마크인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는 1911년 영국 국왕 조지 5세와 메리 왕비의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이 시작되어, 1924년에 완공된 아치형 기념물이다.
이곳은 뭄바이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다. 인도 독립 이후에는 영국군이 이 관문을 통해 인도를 떠나면서 역사적 의미가 더욱 깊어졌다.
하지만 현재는 보수 작업이 진행 중이라 현장에는 공사 자재가 여기저기 쌓여 있고,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인도 각지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도 많아 마치 시골 사람들이 서울에 놀러 온 듯 단체로 사진을 찍으며 북적였다.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사들도 많아서, 여러 명이 손님을 끌기 위해 적극적으로 호객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건물 전체가 공사용 구조물로 둘러싸여 있어 특별한 감동을 느끼기 어려웠고, 외관도 뉴델리에서 봤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타지마할 호텔 Taj Mahal Hotel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 바로 옆에 위치한 타지마할 팰리스 호텔은 1903년에 문을 연 고급 호텔로, 인도 내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 중 하나다.
인도-사라센 양식의 건축미와 더불어,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이 호텔은 2008년 테러 사건 이후 더욱 널리 알려졌다. 외관과 내부 모두 화려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고급 차량과 삼엄한 보안이 인상적이다.

경비가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인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고급 차량들도 여럿 눈에 띈다. 인도의 대기 오염을 생각하면, 이곳은 외관이 유난히 잘 관리되어 반짝거릴 정도다.
특히 밤에는 조명이 아름답다고 들었지만, 아쉽게도 야경을 직접 볼 기회는 없었다. 이곳 역시 인기 있는 사진 명소라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근처 해안에는 부유층이 소유한 요트들이 빼곡히 정박해 있다. 뭄바이가 빈부 격차가 심한 도시라는 말이 실감난다. 유람선을 타고 인디아 게이트와 호텔을 둘러볼 수도 있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배는 이용하지 않았다.
마이단 공원 Cross Maidan Garden
콜라바 인근의 크로스 마이단은 넓은 운동장과 크리켓 경기장이 있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크리켓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은 뭄바이의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스포츠를 통해 소통하는 공간이다. 넓은 운동장과 대형 크리켓 필드가 있어 여러 팀이 모여 경기를 펼치고 있다.
크리켓은 인도에서 국민 스포츠로 불리며, 체격이 크지 않은 인도인들에게 잘 맞는 종목이라고 한다. 힘보다는 인내와 집중력이 중요한 경기라서, 프로 선수들은 엄청난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어린 선수들은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에 몰두해 유니폼이 흙과 땀으로 얼룩져 있다. 벤치에 앉아 조용히 경기를 바라보니, 마치 야구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콜라바 시장 Colaba Market
콜라바에는 다양한 상점들과 노점이 늘어서 있는 시장이 있어, 쇼핑과 현지 문화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명품 브랜드보다는 실용적이고 저렴한 상품, 액세서리, 의류, 신발 등을 판매하는 상점이 많으며, 흥정이 필수다.
시장 주변에는 유명 카페와 레스토랑도 많아 현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콜라바는 뭄바이의 부유층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으며, 타지마할 호텔 인근 해안선을 따라 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이곳 시장도 유명하다고 해서 들러봤지만, 거리 양옆으로 상점들이 많긴 해도 명품 매장이 있는 곳은 아니고, 비교적 깔끔한 가게들이 있다는 점 외에는 특별히 볼거리가 많지는 않았다.
중간중간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들도 있었지만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시장을 약 20분 정도 둘러본 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3월 중순에는 기온이 34도까지 올라가서, 오전에는 돌아다닐 만하지만 점심 이후에는 바깥 활동이 힘들 정도로 더웠다.
7 Eleven
내가 묵는 숙소 바로 뒤편에 7일레븐이 있다. 인도에서는 편의점이 드물어서 아쉬운데, 작은 구멍가게는 많지만 깔끔하고 정돈된 편의점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내가 잘 몰라서일 수도 있지만, 뭄바이 같은 대도시에도 편의점이 몇 군데밖에 없는 것 같다. 매장에 들어서니 청결하고 정리도 잘 되어 있다.
컵라면 코너에는 불닭볶음면과 신라면 등 한국 라면도 진열되어 있었고, 한 인도 젊은이가 한국 컵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모든 상품에 가격이 표시되어 있어 편리했고, 냉장고에는 시원한 음료가 가득해 반가웠다. 한쪽에는 주류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는데,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신분증 확인도 철저히 한다.
인도에서는 술 판매가 꽤 엄격하게 관리되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술을 자주 마시지 않는 분위기이다. 자이푸르의 홀리 축제 때 길에서 맥주를 마시는 청년들을 본 적은 있지만, 원래는 길거리에서 술을 드러내놓고 마시는 것이 불법이라고 한다.
술을 살 때는 종이봉투에 담아야 한다고 들었다. 매장 한쪽에서는 햄버거도 만들어 팔고 있었으며, 매장 크기나 판매하는 상품은 한국의 편의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디 박물관 Mani Bhavan
인도의 독립운동가 간디가 뭄바이에 머물며 독립운동을 펼쳤던 곳이다. 이곳은 간디가 실제로 사용했던 물레와 침실, 다양한 유품들이 전시된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메트로 Grant Road역에서 도보로 약 20분 정도 걸리며, 오토릭샤와 흥정하는 번거로움 없이 산책 삼아 걸어가는 것이 좋다. 간디 박물관 바로 가기

근처에 다가가니 현지인들이 방향을 안내해 주었고, 입구에는 평소 보기 힘든 서양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와 있었다. 간디가 살던 집을 그대로 보존해 박물관으로 만든 곳이라 일반 가정집과 비슷한 분위기다.
입장료는 20루피로, 다른 관광지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안내 책자에는 한국어도 포함되어 있어 반가웠다. 1층에는 간디가 사용하던 서재가, 2층에는 침실과 물레 등 그가 실제로 쓰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간디의 삶을 담은 사진들과 자세한 설명도 함께 볼 수 있다. 간디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남아프리카에서 인도인을 돕기 위해 기차를 탔다가 피부색을 이유로 강제로 내쫓긴 경험이었다고 한다.
영국에서 변호사 자격까지 갖춘 자신마저 이런 차별을 겪는데, 인도 노동자들은 얼마나 더 큰 고통을 받겠냐는 생각에, 평생을 그들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뭄바이 기차역 CSTM 지역
CSTM 주변은 교통의 요지라 늘 붐비고 혼잡하다. 이 일대에는 다양한 볼거리가 모여 있고, CSTM 자체도 유명한 관광 명소다. 영국 식민지 시절에 세워진 이 건물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한다.
많은 여행객들이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남기며, 때때로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도 목격할 수 있다.
버스 투어
뭄바이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버스 투어를 알아봤지만, Red Bus 같은 대형 투어버스는 운영되지 않는다. 대신 민간 업체에서 운행하는 2층 관광버스가 있다.
승객은 거의 없고, 중간에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는 hop-on hop-off 방식이 아니라 한 번 타면 중간에 내릴 수 없다.
2층 좌석이 1층보다 요금이 비싸지만 전망이 더 좋을 것 같아 2층을 선택했다. 2층은 150루피, 1층은 75루피로 가격이 다르다. 버스는 Chhatrapati Shivaji Maharaj Vastu Sangrahalaya(웨일즈 왕자 박물관) 정문 앞에서 표를 판매한다.
첫차는 오후 3시 30분에 출발한다. 하루에 몇 차례만 운행되는 듯하다.

노선은 게이트 오브 인디아, 타지마할 호텔, 그리고 마린 드라이브(해안 도로) 등 주요 명소를 지난다. 하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 특별한 감흥이 없었고, 특히 2층 앞쪽은 에어컨이 거의 나오지 않아 무척 덥게 느껴졌다.
운행 시간은 약 1시간이지만, 교통체증 때문에 시원하게 달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 투어 덕분에 뭄바이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었다.
뭄바이 증권거래소 Bombay Stock Exchange
뭄바이 증권거래소 근처를 지나가 보았다. 거래소 특성상 출입증 없이는 내부 출입이 불가능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실제로 보안 검사가 매우 엄격했다.
내부를 구경하는 것은 전혀 허용되지 않아, 밖에서 사진을 찍고 건물 외관만 살펴본 후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도비 가트 빨래터 Dhobi Ghat
지상철역에서 내려 2분 정도만 걸으면 도비 가트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다.

예전보다 규모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호텔이나 식당에서 나오는 많은 빨랫감이 이곳에서 세탁된다. 멀리서 보면 세탁에 쓰이는 물이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는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고, 방과 아이들도 눈에 띈다.

아래로 내려가 내부를 둘러보고 싶었지만, 일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전망대에서만 바라보기로 했다. 빨랫감은 주로 호텔에서 쓰는 침대 시트와 수건이 대부분이다.
세탁용 물로 목욕을 하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주변에는 50~60층에 달하는 고층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어, 도비 가트를 중심으로 현대적인 빌딩 숲이 들어선 모습이다.

마치 한국의 개발 시기를 연상시키는 풍경으로, 언젠가는 이곳도 재개발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 태어나 평생 세탁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아이들 역시 부모의 직업을 그대로 이어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