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의 관광지는 넓게 퍼져 있기는 하지만 메트로가 잘 되어 있어 다니기에는 큰 부담은 없다. 가까운 거리는 우버나 툭툭을 이용해도 된다. 뉴델리역 근처에 다수의 관광지가 모여있다.
레드 포트 Red Fort
뉴델리의 대표적인 17세기 무굴 성곽인 레드 포트(라알 킬라)는 붉은 사암으로 지어진 웅장한 건축물로, 무굴 황제 샤 자한이 1639년에 수도를 아그라에서 델리로 옮기면서 건설을 시작했다.
이 성은 무굴 제국의 주요 거처이자 권력의 상징으로, 인도-이슬람 양식과 페르시아, 인도 전통 건축이 조화를 이룬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내부에는 무굴 시대의 유물과 예술품, 회화, 고문서 등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레드 포트에 가려면 메트로 바이올렛 라인(Lal Quila역)을 이용하면 된다.
역에서 내리면 자전거 릭샤 기사들이 짧은 거리임에도 탑승을 권유하는데, 걸어가겠다고 해도 20루피만 달라고 하며 사정하는 경우가 많다.
측은한 마음에 20루피를 건네 주니 고마워하며 돌아간다.

도심속의 안식처
외국인 입장료는 550~600루피로, 현지인보다 10배가량 비싸다. 표를 사고 성문까지는 한참을 걸어가야 하며, 성벽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내부가 매우 넓고 붉은 사암의 위용이 인상적이다.

내부에는 옛 왕궁 건물들이 남아 있지만, 일부는 관리가 다소 미흡해 보이기도 한다.
반면, 잔디와 나무 등 조경은 잘 정돈되어 있다. 넓고 탁 트인 공간에서 무굴 제국의 영화를 느낄 수 있으며, 약 2시간 정도 둘러본 뒤 성을 나왔다.
자마 마시드 Jama Masjid
아그라 포트에서 천천히 걸어서 이슬람 사원까지 이동했다. 가는 길은 상당히 낡고 오래된 분위기가 느껴져, 다른 지역보다도 조금은 빈민가처럼 보여서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원에 도착했을 때 입구가 여러 군데 있는 것 같았는데, 내가 들어선 곳이 정문이 아니라 다른 입구라서 정문 쪽으로 이동해야 했다.

정문쪽으로 가려니 한참을 돌아 나가야 하는데 가는곳의 분위기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길은 좁고 군데 군데 개들이 무리를 지어 다닌다. 개를 피하기 위해서 신경을 쓰다 보니 땀이 난다.
정문을 찾아서 도착을 하니 비가 오는데 문이 잠겨져 있다. 위쪽에서 내가 입장하는 줄 알고 부리나케 뛰어와서 문을 열어 주려고 한다.
입장료는 300루피였지만, 밖에서 바라보니 굳이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고 주변만 둘러봤다.
사원을 둘러싼 거리에는 다양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어, 의류와 신발, 잡화 등 여러 물건을 판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찬디쵸크 시장 Chandni Chowk Market
뉴델리의 오래된 전통시장이다. 메트로 역에서 나가면 바로 시장이 연결되어 있으며 힌두교 사당이 길가에 많다. 각종 물건을 팔며 이곳을 통하여 Red Fort를 갈 수 있다. 시크교 성전도 있다.

인디아 게이트 India Gate
1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인도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인도 게이트는 매우 인상적인 개선문이다.
인디아 게이트를 방문했을 때, 델리의 심한 미세먼지 때문에 멀리서 보면 구조물이 희미하게 보였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약 10분 정도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다. 이곳은 대통령궁과도 연결되어 있어, 무장 병력이 탑승한 군용 트럭이 자주 오간다.

현장에는 단체로 견학을 온 중고등학생들이 무척 많았다. 아마도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교육의 일환인 듯했다. 학생들은 외국인인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웃거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 한국인이라고 답하자 반가워했다. 인디아 게이트는 크고 웅장하며, 건축미가 뛰어났다.
후마윤의 무덤 Humayun’s Tomb
1565년에 건립된 후마윤의 무덤은 무굴제국 2대 황제 후마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인도의 대표적인 정원식 무덤이다.
이곳은 인도 최초로 페르시아 양식의 정원 안에 무덤을 배치하는 형태를 도입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명소다.
붉은 사암과 흰 대리석이 조화를 이루는 웅장한 건축물로, 훗날 타지마할 건축에 큰 영향을 끼쳤다. 외관은 타지마할에 비해 덜 화려하지만, 구조와 배치 등에서 유사점이 많다.

무덤은 후마윤의 첫 번째 부인 베가 베굼(하지 베굼)이 남편을 추모하며 1565년에 건축을 시작해 1572년에 완공했다.
페르시아 건축가 미락 미르자 기야스가 설계를 맡았고, 정원은 ‘차르 바그(Char Bagh)’라 불리는 4분할된 형태로 꾸며졌다.
붉은 사암과 흰 대리석의 조화, 대칭적인 구조, 웅장한 이중 돔 등은 무굴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주며, 이후 타지마할의 모델이 되었다.
노숙인의 가슴 아픈 현실
이곳까지는 우버를 이용해 이동했으며, 외국인 입장료는 500~600루피로 뉴델리의 다른 유적지와 마찬가지로 현지인보다 훨씬 비싼 편이다.

무덤으로 가는 길에는 길가에 노숙자들이 많았고, 어린 아이들까지도 얇은 천을 깔고 잠을 자는 모습이 보였다. 씻지 못해 온몸이 새카맣고 지저분해 보였으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아이들도 있었으나, 주변에서 “돈 주지 마라”는 만류를 받기도 했다. 직접적으로 다른 나라의 일에 관여할 수는 없지만,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로디 정원 Lodhi Garden
이곳은 장미와 허브, 분재, 그리고 호수가 어우러진 넓은 정원이다.
곳곳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인도인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특히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강의가 끝난 후 잠시 들러 쉬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원은 잘 관리되어 있고, 중앙에는 호수와 열대 나무, 야자수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정원 곳곳에는 오래된 건물도 남아 있어 산책하며 둘러보기에 좋다.
벤치마다 연인들이 앉아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공간이다.
계단식 우물 Ugrasen ki Baoli
높은 아치형 벽과 정교한 벽감, 섬세한 석조 장식이 인상적인 10세기 계단식 우물에 도착했다. 근처에 가니 현지인들이 방향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계단이 층층이 이어진 아름다운 구조의 우물로, 현재는 물이 거의 없어 수심은 얕아 보였다. 비둘기들이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고,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와 활기를 띠고 있었다.

과거에는 이곳에서 사람들이 수영을 하거나 빨래를 했다고 한다. 관리인이 상주하고 있으며, 방문객들이 너무 아래까지 내려가면 호루라기를 불어 제지하기도 한다.
악셔르담 Akshardham
Akshardham(블루 라인) 메트로를 타고 이동했는데, 중간에 한 번 환승해야 하는 것을 잊어버려 도착이 조금 늦어졌다. 역에서 사원까지는 도보로 약 5분 거리였지만, 자전거 릭샤 기사가 간절하게 부탁해 40루피를 주고 탔다.
2005년에 개관한 이 화려한 힌두교 사원 단지는 11,000명 이상의 장인들이 참여해 완성한 곳이다. 악셔르담 바로 가기
웅장한 힌두사원
사원은 규모가 매우 크고 웅장하다. 입장할 때는 휴대전화, 카메라 등 모든 전자기기를 반드시 보관소에 맡겨야 한다. 처음에는 핸드폰을 맡기는 것이 불안했지만, 규정상 어쩔 수 없이 모든 전자제품을 보관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답게 지어져 있었다. 사원 안쪽의 신성한 공간에 들어가려면 신발도 벗어 맡겨야 한다. 뜨거운 햇볕에 달궈진 돌바닥을 맨발로 걸어야 했지만, 사원 전체를 꼼꼼히 둘러보고 나왔다.
코넛 플레이스 Caunaut Place
코넛 플레이스는 ‘인도의 명동’이라 불릴 만큼 뉴델리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과 레저의 중심지이다.
세련된 현대식 거리와 고급 레스토랑, 글로벌 브랜드 매장이 모여 있지만, 실제로 거리를 걷다 보면 길가에 개들도 많고 청결 면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도 있다. 스타벅스에 들러 따뜻한 카페라떼를 주문했더니,
직원이 특별히 만든 커피라며 한 번 맛보라고 권했다. 잠시 후 직접 가져다준 커피의 가격을 보니 한 잔에 400루피가 넘었다. 하지만 맛은 평소에 마시던 커피와 별다를 게 없었다.
빠하르간지 Paharganj
뉴델리의 대표적인 여행자 거리인 빠하르간지는 저렴한 숙소와 다양한 식당이 밀집해 있어 배낭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한국인들에게는 나빈네 가게가 잘 알려져 있는데, 이곳에서는 환전, 유심, 교통편 예약 등 여행에 필요한 여러 서비스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어 일종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언제 들러도 한국 여행자 몇 명은 쉽게 만날 수 있다.
혼돈의 거리
빠하르간지 거리는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지저분하게 느껴지지만, 여러 번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된다. 도로에는 릭샤와 오토바이, 사람, 동물 등이 뒤엉켜 있고, 소음도 심해 귀가 멍멍해질 정도다.

릭샤 기사들은 조금만 공간이 생기면 틈새로 파고들고, 좁은 골목에서도 과감하게 추월을 시도한다. 이런 복잡함 속에서도 여행자들은 점차 이곳만의 분위기에 익숙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