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출발
집에서 아침 8시쯤 출발해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밖이 제법 추워 얇은 내의와 티셔츠, 그리고 가벼운 겉옷만 걸쳤다.
겨울용 두꺼운 외투는 챙기지 않았는데, 인도에 도착하면 낮 기온이 28도 안팎으로 매우 더워질 예정이라 짐만 늘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발할 때는 다소 춥더라도 최대한 가볍게 입으려 했다. 전날 저녁에는 배낭을 미리 다 꾸려놓고 여러 번 메어보며 무게를 가늠했다.
꼭 필요한 것만 챙겼고, 부족한 물품은 현지에서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인천공항에서 낮 12시 5분 비행기를 타고 약 9시간 30분을 날아 뉴델리 공항에는 오후 5시 20분쯤 도착할 예정이다. 밤이 되기 전에 도착하는 일정이라 다행이지만, 혹시 비행기가 지연된다면 계획이 달라질 수도 있다

비지니스 탑승
비행은 에어 인디아의 787 드림 라이너를 이용했다. 최신 기체는 아니었지만, 비즈니스석을 이용한다는 점에 만족하기로 했다.
에어 인디아의 기내식과 서비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편이었고, 식사는 두 번 제공되었는데 채식과 비 채식으로 나뉘었다.

비 채식 메뉴는 치킨 요리 한 가지뿐이라 선택의 폭이 좁았고, 음식의 맛도 특별히 인상적이지 않았다.
좌석은 오른쪽 창가로 예약했다. 이 자리는 중국을 지나 네팔 카트만두 지역을 통과할 때 히말라야산맥, 특히 에베레스트 등 높은 봉우리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비행 중 저 멀리 구름 위로 솟아오른 산들이 보여 처음엔 히말라야가 맞는지 확신이 없었지만, 옆 승객이 히말라야라고 알려주었다.
날씨가 맑아 산맥이 또렷하게 보여 여러 장 사진을 찍었으나, 실제로 찍힌 사진은 기대만큼 선명하지 않았다.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
긴 비행을 마치고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유튜브에서 본 삐끼나 호객꾼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단단히 마음을 먹고 공항을 나섰다.
입국심사는 별다른 문제 없이 통과했지만,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들이 입국 카드에 대해 아무 설명이 없어서 그냥 나왔다가, 입국 신고서를 작성해오라는 안내를 받고 다시 작성해 제출해야 했다.
입국장을 나서자 의외로 아무도 붙잡지 않았다. 공항에서 메트로역까지 10분 넘게 걸어가면서도 호객꾼을 한 명도 만나지 않아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유튜브에서 본 것과 달리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다. 늦지 않게 숙소가 있는 빠하르간지로 이동하기 위해 서둘러 메트로를 탔다.
에어포트 익스프레스
메트로역까지 가는 길은 안내가 잘 되어 있어 헤매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역도 깔끔하고 현대적이었다.
승차권을 사려고 500루피를 냈더니 240루피만 거슬러 주길래, 60루피짜리 표인데 왜 240루피만 주냐고 물었더니 마지못해 200루피를 더 돌려줬다. 유투브 등에서 흔하게 보았던 거스름돈 사기였던 것이다.
한국인들이 거스름돈 문제로 자주 피해를 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처음 도착한 인도 공항과 메트로가 생각보다 깨끗하고 새로워 내가 알고 있던 인도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4정거장 정도 지나 뉴델리 메트로역에 도착했는데, 역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이 복잡했다. 밖으로 나가 빠하르간지로 가는 육교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북적였다.
통로 중간에는 경찰이 막고 있었고, 모두 긴 막대기를 들고 있었다. 인도 경찰이 무섭다는 말을 들은 터라 긴장했는데, 어디로 가냐고 묻기에 빠하르간지로 간다고 하니 돌아가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래로 내려가서 돌아가는 것 같은데, 피곤하기도 해서 길을 모른다고 하니 바리케이드를 열어주며 그냥 지나가라고 했다.
혼돈의 빠하르간지
공중 육교를 끝까지 건너면 빠하르간지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큰길만 하나 건너면 바로 빠하르간지에 들어설 수 있다. 육교를 빠져나오는 순간, 평소 내가 익숙했던 환경과는 전혀 다른 혼란스러운 풍경이 펼쳐졌다.

좁은 거리에는 수많은 택시와 릭샤가 뒤엉켜 움직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울려대는 경적 소리, 뿌연 먼지와 특유의 냄새, 그리고 도로를 가득 메운 인파가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대혼란 카오스의 거리
이처럼 혼잡한 상황은 인도 여행 내내 다시 경험하기 힘들 정도로, 빠하르간지 입구가 가장 복잡했던 것 같다. 그 복잡함을 뚫고 빠하르간지로 들어섰다.

길 양옆에는 다양한 상점이 늘어서 있고, 릭샤와 택시가 무질서하게 경적을 울리며 달리며, 그 와중에도 서로 추월을 시도한다. 경적 소리는 도무지 멈출 줄을 몰랐다.
나빈네 가게
Axim 은행 365코너를 지나 옆 골목으로 들어가 20미터쯤 가니 드디어 나빈네 집이 보였다.
입구에는 한국어로 된 안내판도 있었다. 이미 여러 한국인 여행자들이 와서 유심을 바꾸고 있었고, 나빈의 동생이 직접 유심을 교체해 주었다.
그는 성격이 밝고 유쾌해서 농담도 잘하고, 짜이도 한 잔 내주며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었다.
약 30분 정도 걸려 유심을 사고, 노란색과 흰색의 설사약도 구입한 뒤 숙소로 돌아왔다. 공항에서 이곳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올 수 있어 다행이었다.

숙소는 길가에 위치한 나빈 가게 옆 1인실로 잡았는데, 방은 깨끗하고 혼자 쓰기에 적당했다. 다만, 길가라 밤새 사람들이 오가며 시끄러웠고, 골목에는 오토바이도 다녀 소음이 심했다.
새벽에는 개들이 영역 다툼을 벌여 크게 짖고 싸워 잠을 깨기도 했다. 밤늦게 돌아오거나 새벽에 나갈 때는 개들이 서너 마리씩 쳐다봐서 무섭기도 했다. 그럼에도 숙소는 혼자 머물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꾸뜹 미나르 Qutub Minar
나는 메트로 옐로우 라인을 타고 Qutub Minar 역에 내렸다. 역에서 꾸뜹 미나르까지는 도보로 약 10~15분 정도 걸리지만, 거리가 다소 멀어 보였기에 툭툭(오토릭샤)을 타기로 했다.
처음에는 100루피를 요구했지만, 우버 가격을 보여주며 흥정해 60루피에 타고 이동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이른 시간이라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입장권을 구매하려는데 600루피를 요구했다.

잔돈이 없어 500루피 두 장을 냈더니, 잔돈이 없으니 바꿔오라고 했다. 근처 식당에서 콜라를 사며 잔돈을 바꾼 뒤 표를 살 수 있었다. 외국인 입장료는 550~600루피 선이다. 꾸뜹 미나르 바로 가기
우뚝 솟은 탑
델리의 마지막 힌두 왕국이 패한 후, 꾸뜹 웃딘 에이백이 1193년에 세우기 시작한 73m 높이의 탑이 바로 꾸뜹 미나르(Qutb Minar)다. 이 탑은 인도에서 가장 높은 벽돌 미나렛이며, 이슬람 통치의 시작을 상징한다.
건축은 꾸뜹 웃딘 에이백이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그의 사위 일투트미쉬가 완공했다. 꾸뜹 미나르는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한적해서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경비원이 다가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얼마를 주면 되냐고 묻자, 원하는 만큼 주라고 해서 여러 장을 멋지게 찍어준 뒤 200루피를 건넸다. 그는 매우 고마워했다.
관리 상태도 양호했으나, 일부 건물은 중간중간 붕괴된 흔적이 보였다. 오전 10시쯤 되니 관광객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서양인 단체 관광객과 인도 현지 가족, 연인들도 많이 방문했다.
약 2시간 정도 꾸뜹 미나르를 둘러본 뒤, 우버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로터스 템플(Lotus Temple)로 이동했다.
로터스 템플 Lotus Temple
Qutab Minar에서 우버를 타고 약 20분 정도 이동해 도착한 곳이 바로 로터스 템플이다. 메트로를 이용할 경우에는 Violet Line의 Kalkaji Mandir역에서 하차하면 편리하다.
이곳은 1986년에 문을 연 바하이 신앙의 예배당으로,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 잘 정돈된 넓은 정원과 연꽃을 형상화한 독특한 건축물이 인상적이다.

영적인 건물
입구부터 많은 방문객들이 줄을 서 있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정원을 따라 걸으며 연꽃 모양의 대형 건물로 향하면, 입장 전 모두 신발을 벗도록 안내받는다.
실내에 들어가면 의자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건물과 바하이 신앙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하지만 방문객들 중에는 중간에 자리를 뜨는 사람도 많아 나 역시 오래 머물지 않고 나왔다.
로터스 템플은 인도에서 보기 드물게 조용하고 잘 가꿔진 잔디밭과 정원을 갖춘 곳으로, 북적이는 델리 도심과는 대조적으로 평온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